드라마 간접광고, 이젠 대놓고 ‘직접광고’

<최고다 이순신>(한국방송2·왼쪽 사진), <백년의 유산>(문화방송·오른쪽)
서울 YMCA 12개 드라마 분석
평균 10개 업체가 제작비 지원
상호 노출·홍보성 대사 빈번해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스비에스)의 한 장면. 수하(이종석)가 혜성(이보영)이 지닌 삼성전자의 최신형 휴대폰을 뺏어 도연(이다희)에게 대신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드라마의 현재 시점은 2012년이다. 2012년에 2013년 휴대폰을 사용했다고? 간접광고는 시대도 거스르게 만든다.서울와이엠시에이(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는 8일 시청률 20위 이내 지상파 3사 드라마 12개를 대상으로 한 간접광고 모니터링(3월25일~4월7일) 결과를 발표했다. 1970년대가 배경인 <삼생이>(한국방송 2·종영)를 제외하고, 제작비를 직접 대는 제작 지원 업체가 드라마당 평균 10개에 달했다. 장소와 물품 등의 협조·협찬 업체는 제외한 수치다. 모든 드라마에서 의류·구두·가방·휴대폰·자동차 등의 피피엘(PPL: 영화나 드라마 화면에 상품을 배치하는 것)은 빠지지 않았다.조사 결과를 보면, 대부분의 드라마에서 업체명이나 제품이 ‘간접적’으로가 아니라 ‘직접적’으로 노출됐다. <최고다 이순신>(한국방송2·왼쪽 사진)에서는 주요 배경으로 연예기획사와 이탈리안 음식점, 아웃도어 매장이 나오면서 상호가 그대로 방송되고 있다. <백년의 유산>(문화방송·오른쪽)에서는 식품회사 오뚜기의 업체명과 ‘컵누들’ 제품이 수시로 나왔다. <당신의 여자>(에스비에스)나 <오자룡이 간다>(문화방송)도 음식 프랜차이즈 업체 이름이 곳곳에 등장한다.

광고 효과를 높이려고, 극 전개와는 상관없는 엉뚱한 설정이나 불필요한 장면, 홍보성 대사도 수시로 등장했다. <야왕>(에스비에스)에서는 백도경(김성령)이 뜬금없이 죽은 아들의 모교를 찾아 신발을 기부했고, 석수정(고준희)의 취업 인터뷰 장소는 회사가 아니라 카페였다. <최고다 이순신>에서는 유신(유인나)이 가족들에게 봄옷을 선물한다면서 브랜드명이 노출된 매장으로 함께 가 옷을 고른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와 같이 이번 조사에서는 빠졌지만,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스비에스)에서는 조선시대 장터에 농협 축산물 브랜드인 ‘목우촌’이라는 한글 간판이 등장해 실소를 자아냈다.간접광고 심의 규정 위반으로 지상파 3사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제재를 받은 건수는 2011년 14건, 2012년 17건이다. 올해 상반기 제재 건수는 33건으로 증가세가 뚜렷하다. 외주 제작이 관행화하면서 부족한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한 간접광고가 만연한 것이다.방송법 시행령은 상품 노출 시간이 프로그램 시간의 100분의 5, 크기는 전체 화면의 4분의 1을 넘어서는 안된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서울와이엠시에이 시청자시민운동본부는 “드라마의 기획부터 내용까지 광고주에게 좌지우지되며 상업성이 극에 달하고 있다. 규정을 보완하고, 시청자들이 간접광고와 협찬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정보 제공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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